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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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리의 하나로, 어패류(수산물)의 살이나 유부·달걀· 등의 식재료를 배합초에 절인 쌀밥 위에 올려 만드는 음식이다.

종류

스시는 가열하지 않은 날생선()를 재료로 얹어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외에도 익힌 식재나 육류, 식물성 재료 등 여러 가지를 기호에 맞게 얹어 만들 수 있다. 형태 또한 대개 니기리즈시와 같이 밥을 주먹밥처럼 뭉치고 그 위에 재료를 밥알의 점착력으로 붙이는 것이 많으나, 이 밖에 김 등을 이용해 재료를 말아넣거나 장식한 형태의 스시도 존재한다.

일본어의 문법적 특성상 스시(すし) 앞에 다른 단어가 붙어서 복합어가 되면 연탁 현상으로 인해 즈시(ずし)로 발음되는데, 아래의 스시 종류를 가리키는 이름이 모두 '~즈시'로 끝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스시(초밥)의 종류
니기리즈시.png
니기리즈시

(握りずし, 쥠초밥)


재료와 밥을 손으로 쥐어서 재료를 밥 위에 올려서 만든 스시로, 스시 하면 생각나는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스시의 형태이다.

테마리즈시.png
테마리즈시

(手毬ずし, 공초밥)


일본의 동글동글한 공인 테마리에서 이름을 딴 둥근 모양의 스시. 스시에 집중하기 힘든 선 자리나 게이샤와의 유흥자리 등에서 먹기 위해 개발된 스시. 한손에 집기도 쉽고,여성의 입술 화장에 닿지 않게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와 동근 모양을 갖추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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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칸마키

(軍艦巻き, 군함말이초밥)


니기리즈시와 마키즈시의 융합. 모양을 잡기 힘든 재료들을 스시로 담아내기 위해 김을 말아 형태를 잡는다. 연어알(이쿠라), 네기도로(참치살을 다진 것), 성게알(우니), 다코와사비 등이 대표 재료. 군함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둘러진 검은 김의 모습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붙었다.

노리마키즈시.png
노리마키즈시

(海苔巻きずし, 김초밥)


한 가지 재료만 간단히 들어간 간토식 김초밥. 약칭은 마키. 참치 붉은살(뎃카마키), 오이(캇파마키), 박고지(칸표마키), 단무지(신코마키) 등을 일반적으로 쓴다. 좋게 말하면 마무리를 위한 가벼운 입가심이고, 그만큼 품격이 떨어지는 메뉴로 취급되기도 한다. 아래에 나오는 굵은 간사이식 후토마키와 구별하여 호소마키라고도 부른다.

후토마키즈시(太巻きずし).png
후토마키즈시

(太巻きずし)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간사이식 마키즈시로, 한국의 김밥 조리법에 큰 영향을 준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세츠분(節分)이라는 일본 명절에는 이 후토마키를 자르지 않고 한 줄을 다 먹는 날이 있는데, 이 후토마키를 에호마키(恵方巻)라 부른다. 그런 날 백화점 등에서는 한 줄에 1만엔이 넘는 에호마키도 판다. 최고급 참치와 마츠사카규 등이 들어가면 만 엔대를 가볍게 넘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대문의 진고개 식당같은 구한말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한정식 집에서는 판매했던 메뉴이다. 한국의 김밥에 비해 밥에서 식초 맛이 매우 뚜렷하고, 달걀을 제외하고는 주된 맛이 해산물 향이 강하다.

테마키즈시(手巻きずし, 손말이초밥).png
테마키즈시

(手巻きずし, 손말이초밥)


밥과 재료를 김으로 다발 모양으로 간편하게 말아낸 마키즈시. 만들기 쉬워 홈메이드 초밥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근본 있는 스시야에서도 다루는 엄연한 정통 스시이다. 국내에서는 흔히 '마끼'라고 부르기도 하며, 일식 체인점에서 우동과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고 뷔페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일부 고깃집이나 한식집에서 나오기도 한다. 가게에 따라 재료의 폭이 넓다. 일반 초밥 재료 외에 낫토나 게내장젓갈(카니미소) 등을 쓰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롤(California Roll).png
캘리포니아 롤

(California Roll)


구미권 태생 마키즈시의 총칭. 김을 두르되 밥이 겉에 나오게 하여 검은 부분을 숨겼고(이 부분은 누드김밥과도 유사하다.), 재료도 날생선과 알을 넘어 고기나 아보카도 등을 다양하게 쓴다. 와사비와 간장이 정석인 초밥과는 정반대로 소스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마요네즈데리야끼는 물론이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맛을 내기도 한다. 상당히 인기 있는 메뉴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맛을 추구하는 일본인의 취향과는 동떨어져 흔히 생각하는 초밥이라 하기에는 뭔가 다르다. 일본 현지는 물론 한국에서도 롤은 스시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보는 사람들이 좀 있다. 한국의 대중적인 초밥집에서는 수익이 좋은 메뉴인지라 대부분 메뉴에 포함되지만, 현지 일본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으며 회전초밥 집에서도 보기 힘들다.

이나리즈시(稲荷ずし, 유부초밥).png
이나리즈시

(稲荷ずし, 유부초밥)


유부로 밥을 감싼 스시. 메인 재료부터 식물성이다 보니 일반적인 스시와는 다소 다르게 취급받고, 일본 현지에서는 아예 초밥집에서 다루지 않을 정도로 미묘한 메뉴이다. 오이 스시와 더불어 무시를 당하지만 간편하고 달달하며 유부 덕에 단백질과 칼로리를 챙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면에서 인기가 많고 나름대로 파고들 요소가 있다. 물기를 완전히 짜내고 얹는 한국식 유부초밥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초밥집에서는 계란초밥과 함께 값싼 메뉴로 많이 올라온다. 맛내는 법에서 관동과 관서의 차이가 커서 심지어 유부를 자르는 법도 다르다. 일본에서도 간사이와 간토 지방의 유부초밥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엄마들이 아이의 소풍 간식으로 싸주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아이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요리.

치라시즈시(ちらしずし, 흩뿌림 초밥).png
치라시즈시

(ちらしずし, 흩뿌림 초밥)


회덮밥과 비슷한 것으로, 그릇에 담긴 밥 위에 여러 가지 회조각과 해산물들을 가득 얹어놓은 형태이다. 니기리즈시를 먹을 형편이 못 되었던 사람들이 먹던 서민 음식으로, 각종 생선 조각들을 섞어서 밥 위에 얹어 먹던 것이 유래라고 한다.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일반적인 스시처럼은 보이지 않으나 엄연히 스시로 분류된다.

하코즈시(箱ずし, 틀초밥, 누름초밥, 곽초밥).png
하코즈시

(箱ずし, 틀초밥, 누름초밥, 곽초밥)


나무틀에 밥을 담고 회를 올린 뒤 눌러서 입체화시킨 다음 꺼내서 칼로 썬 스시다. 쥠초밥 위주의 현대 초밥과는 동떨어졌지만 사실 이쪽이 원조. 니기리즈시에 비해 훨씬 역사가 길고 오사카나 교토에 가면 여전히 이것을 파는 곳이 있으며 편의점이나 간사이 공항 등지에서도 즉석식품 형태로 팔기도 한다. 주로 흔들리면 모양이 망가지기 쉬운 에키벤같은 벤또 등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 경우엔 재료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테두리의 생선살을 접기도 한다. 하코즈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나라현에서 비롯된 카키하즈시로 말 그대로 하코즈시이지만 하코즈시에 카키하(감잎)를 감싸서 보존성과 감향을 입힌 것으로 유명하다 보니 에키벤에서 카키하즈시를 팔기도 한다. 이때 카키하즈시는 무조건 을 벗겨내고 먹어야 한다. 간사이에서는 '밧테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하코즈시를 만드는 틀을 포르투갈어로 bateira(작은 나무 배)라 부른 데서 유래한 것이다.

보즈시(棒ずし, 봉초밥).png
보즈시

(棒ずし, 봉초밥)


둥글게 말아서 만드는 초밥. 주로 고등어(사바) 스시가 많다. 초밥 에키벤 중에서는 의외로 흔한 편이다. 간사이 내에서도 오사카는 하코즈시, 교토는 보즈시라는 지역의식이 있다.

후나즈시(鮒ずし, 붕어초밥).png
후나즈시

(鮒ずし, 붕어초밥)


비와호 주변의 명물로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붕어에 밥을 채워넣은 뒤 밥에 올려놓아 발효시켜서 만든다. 사진처럼 알 밴 붕어로 만든 걸 고급으로 치며, 초밥의 시초가 되는 원형을 이 음식으로 본다. 숙성된 붕어초밥은 짠맛보다는 엄청나게 시큼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데, 뭉그러진 쌀밥과 생선으로 풍미가 대단하여 현지인들도 못 먹는 사람들은 썩은 음식물 쓰레기가 연상된다거나 아기 토사물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의 삭힌 홍어처럼 일본에서도 먹는 사람만 먹는 난이도 높은 음식으로, 우리가 아는 초밥보다는 식해, 그것도 옛날에 푹 삭혀 먹던 방식과 비슷하다.

도죠즈시(鰌ずし).png
도죠즈시

(鰌ずし)


どじょうずし。도죠노나레즈시(ドジョウのナレズシ)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가현 오오하시 미와 신사의 제사음식으로 미꾸라지와 메기를 여뀌를 섞은 밥과 층층이 쌓아올려 여덟 달 동안 발효시킨다. 홍어회보다도 냄새가 강하고, 수르스트뢰밍에 맞먹는 악취가 난다고 한다! 현지 일본인들도 냄새에 기겁하고 맛있게 먹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 현지 주민들만 먹는 음식이며, 현지 주민들 역시 젊은 층일수록 이 음식을 꺼린다. 갈수록 이 초밥을 먹는 사람이 없어 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고...

500년 전통이 있는 요리로, 마을에 거대한 뱀이 나타나 피해를 주면서 매년 어린 소녀를 제물로 요구했는데, 뱀을 신사에 모시면서 차마 산 사람을 바칠 수는 없어서 시체 썩는 듯한 냄새가 나는 도조즈시를 대신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후나즈시보다 이쪽이 진짜 원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후나즈시보다 훨씬 발효시켜 먹는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

여기까지 다룬 것은 큰 분류일 뿐이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초밥들이 있다. 예를 들어 더운 기후인 이즈 제도의 하치조시마(八丈島)에서는 잡은 생선이 상하지 않도록 미림과 간장에 절여놓고, 이것으로 시마즈시(島寿司)라는 초밥을 만들어 먹는다. 또 산이 많은 고치현에서는 산에서 채취한 버섯이나 죽순을 활용한 이나카스시(田舎寿司, 시골초밥)가 유명하며 시장에서 자주 팔린다. 스팸 무스비처럼 초밥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경계선에 선 음식들도 많다.

이름의 유래

초밥의 일본어 명칭 すし('스시')는 '(맛이) 시다'라는 뜻의 일본어 酸し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설이 일반적이다. すし의 한자표기로는 寿司, 鮨(물고기젓 지)와 鮓(생선젓 자)가 있다. 한자표기는 일본 내에서도 여러가지 설이 있다. 일본인들도 정작 한자표기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그 유래를 알지 못하기에 어떤 설이 맞느냐 틀리냐를 떠나 가벼운 술자리 잡담으로 쓰기 좋다.

첫 번째로는, 寿司는 뜻이 좋은 글자를 붙여다 쓴 아테지인 한편, 鮨와 鮓는 모두 생선살을 조리한 식품을 뜻한다고 한다. 원래 鮨는 생선젓갈, 鮓는 생선절임을 뜻하는 글자였으나, 점점 둘 간의 구별이 모호해져 '발효된 생선'을 뜻하는 글자로 통하게 되었다는 것. 에도 등 지역에서는 초밥집에서 주로 鮨를, 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에서는 鮓를 사용한다.

두 번째로는, 鮨는 물고기 魚에 旨い(우마이: 맛있다)를 붙여 도쿄가 유래인 가장 일반적인 에도식 쥠 초밥(니기리즈시)을 말하며, 간사이 지역의 鮓는 물고기 魚에 作る(츠쿠루: 만들다)를 붙여 틀을 사용해 만드는 누름초밥(밧테라) 등을 지칭하게 되었고, 寿司는 나머지 김말이(巻き: 마키)류나 정통 에도식이 아닌 쥠 초밥 등을 통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통 에도마에를 표방하는 초밥집들을 가 보면 자신들은 鮨만을 쓴다는 자부심을 표출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 스시를 '초밥'으로 부르기 시작한 때는 1940년대인 듯하다. 본래 일본말 스시가 그대로 사용되었으나 1940년대 생선을 밥(배합초 섞인 밥) 위에 얹어서 먹는다고 하여 생선 초밥(줄여서 초밥 또는 회초밥)이라는 말이 대체 용어로 사용된 모양이다.


"순수주의자의 손꼽질대장간에서 만든 새말이 갈 곳은 대체로 뻔하다. 이윽고는 대중의 냉소와 조롱 속에 잊어버리우고 마는 것이 고작이다. 물론 간혹 그 중에는 대중의 필요와 입맛에 맞는 것이 있어서 국어 속에 채용될 적도 있으나, 그것은 실로 어쩌다 있는 일이다. (스시)과 같이 비교적 잘 되어보이는 순수주의자의 새말 조차가 얼른 남을상 싶지도 않다. 거기 대하여  라는 말이 한번 평양에서 올라오자 얼마나 삽시간에 널리 퍼지고 말았나?"


김기림, 「새말의 이모저모」, 『학풍』, 통권 7호, 제2권 제5호, 1949년, p.30. 1949년 기고된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김기림 시인이 1949년에 잡지 『학풍』에 기고한 「새말의 이모저모」에서는 '초밥'이란 낱말을 신조어로 취급하였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김기림 시인은 '초밥'이라는 신조어가 결국 냉소와 조롱 속에 잊힐 것이라고 내다보았지만, 결국 '초밥'이라는 단어는 생명력과 보편성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 도시락, 덮밥 등과 함께 성공적으로 정착한 일본어의 한국어 대체표현이다. 사실 음식의 발상지를 존중하자는 취지에서는 '스시'라고 읽음이 바람직하겠지만, 한국에는 '초밥'이 워낙 보편화되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일본어 용어가 유입이 다시 들어오기도 하고, 초밥의 세계화로 스시가 이 요리의 국제 명칭(영어로 Sushi)이 되기도 하여 스시 역시 초밥과 함께 한국에서 혼용된다. 보통 초밥이라 많이 이야기하지만, 스시라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잘 알아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