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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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지(同人誌)는 공통의 사상 또는 이상을 가진 다수의 집필자가 기획/집필/편집/발행의 주체가 되어 간행하는 잡지를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영어로는 팬진(Fanzine)이라고 한다. 간혹 가각본(假脚本)이라는 대체어도 쓰이나 그 빈도는 많지 않다.

원래는 문학 동인지를 가리키던 말이다. 일종의 공동 문학이며, 이러한 잡지의 간행주체가 되어 있는 그룹을 동인이라 한다. 국사 시간이나 국어 시간에 들어봤을 백조, 폐허 등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인지. 지금도 시립도서관이나 지역 문화원 같은데서 볼 수 있는 '동인지'들도 이런 문학 동인지이다. 지역 문학회 명의로 발간되는 경우가 많으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취미로 쓴 시나 소설, 수필 등을 모아놓은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의미가 변질되어서 현재 오타쿠계에서는 출판사 주체가 아닌 동인 주체의 출판물로, 일반적인 유통경로가 아닌 동인지 즉매회나 위탁판매를 통해 유통되는 책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자비출판물(自費出版物)이라는 표현도 사용하며, 한국에서는 보통 회지(會誌)라고 표현을 한다. 예외적인 사례로 원작 판권자의 공인을 받아 프로작가가 집필하고 출판사에서 정식출간하거나 아예 원작자가 외전격으로 출판하는 동인지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 오타쿠 계열의 2차 창작 출판본을 뜻하는 말로 쓰이나, 1차 창작물인 오리지널 동인지도 존재한다. 다만 업계 특성상 주목을 받기 힘들어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특히 만화 계열이 제일 유명하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2차 창작 소설인 팬픽을 동인지로 만들어 파는 경우도 있으며, 일본 쪽에 더 많았으나 한국에서도 아르토리아 로망스 이후 코믹월드 등에서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동인지시장이 활발한 일본에서도 2차창작 동인지의 경우 만화에 비하면 소설인 팬픽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적다. 대부분 2차 창작 동인지라고 하면 만화에 비해서 소설은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은 돈을 받고 팔지만 픽시브 같은 대형사이트나 자신의 개인블로그, 사이트에 무료로 공개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 경우에는 웹코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상 웹코믹으로 공개하는 이유는 동인지의 경우 인쇄, 위탁비용으로 동인지 판매자의 대부분이 적자를 보기 때문에 차라리 자신의 개인사이트, 블로그에 동인지를 웹코믹으로 무료로 공개하고 방문자수에 따라서 광고비를 받는 게 더 수익면에서는 낫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일본의 에로 동인지가 범람하자 그 의미가 왜곡되어 "동인지"라고 하면 "야한 만화"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만화계 쪽만 보더라도 발행되는 동인지중 전연령 대상도 많고, 심지어 아동용도 있다. 성인용 동인지의 경우 한국이나 일본이나 동인행사에서 많이 나와봐야 20%정도밖에 안 된다. 한국 웹 상에서 '동인지'로 검색하여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란 대개가 성인용이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 일단 오프라인 유통이 어렵다보니 온라인이 특히 활성화된 이유도 있다. 게다가 인간의 심리상 야하고 자극적인 내용이 잘 끌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쪽으로 이미지가 안 굳을래야 안 굳을 수가 없다. 커플링이나 에로 동인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인을 아예 에로나 커플링 의미로 생각하기도 하는 듯하다.

동인지의 장점은 일단 원작을 기반으로 하되 여기에 개인 창작자의 자유로운 창작력이 더해져서 고유 창작등으로 본편에선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전개가 가능할 뿐더러, 고어나 특정 국가, 지역에서 섣불리 다루지 않는 불온 사상이나 민감한 주제까지도 거침없이 표현이 가능하다. 또한 대다수가 창작에 대한 열정과 애정 아래 무상으로 개인 시간을 쪼개 만드는 만큼 프로작가에 비해 창작 비용, 창작 일정으로부터 자유롭다. 원작에서 불만인 부분들을 최대한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 극단적인 경우, 원저작자가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는 작품의 경우는 동인지 외에는 딱히 IP를 연장할 방법이 없다. 그런 이유로 동인지 시장이 큰 일본에서는 원저작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샌드박스처럼 취급해 2차 창작자들의 활동을 풀어준 IP들이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생존하는 경우가 많다. 동방 프로젝트시리즈나 음성 합성 엔진 계열이 대표적.

대중에게 역사서보다 더 인기 있는 역사 소설을 농담 삼아 동인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의할 점은, 원저작자의 허가를 받지 않은 동인지는 창작활동이라는 명목으로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으며 소송당할 경우 언제든지 처벌될 수 있다. 엄연한 저작권 침해 행위이며, 판매할 경우 상업활동에 해당된다. 물론 동인지가 많이 판매되면 원작에 대한 홍보효과 역시 있기 때문에 원저작자가 동인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